19대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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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수진 작성일17-04-13 00:20 조회22,65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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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유동철(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야기 하나.
소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군대에 가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남자를 만났다. 돈을 주고서라도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의외의 상황이었다. 그렇게 대답한 사람은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었다.
이야기 둘.
대중목욕탕에 가지 못한다고 넋두리하는 사람을 만났다.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려다 ‘미끄러져 다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목욕탕 주인의 날카로운 시선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푸념이었다. 이 사람은 교통사고로 한 쪽 다리가 절단된 사람이었다.
이야기 셋.
국가인권기관에서 39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의 소원은 그냥 ‘버스를 타고 싶다’는 것이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었다.
대중목욕탕을 이용해 보는 것, 버스를 타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는 너무나 많다. 일반인의 생활에 비추어보면 특별한 의미가 없는 일상일 뿐일진대 왜 이들에게는 그렇게도 큰 소원일까?
‘장애인’. 그들에게 주어진 이름은 장애인이다. 사회적 소수자이다. 그들은 소수자이기 때문에 항상 그들의 의견을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장애인단체의 조사결과 장애인의 약85%가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거의 대다수가 차별 속에 괴로움을 지니고 살아간다고 하니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차별을 받는 사람은 장애인 뿐 만이 아니다. 여성,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은 많은 영역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방식의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고 있으며 많은 행동들이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다수결의 원칙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소수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들의 의견은 무시되기 일쑤다. 버스도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운행되며, 지하철도 그렇고 극장도 그렇고 체육센터도 그렇다. 대부분의 것들이 사회적 다수자인 비장애인들의 안목과 시선에 맞추어 결정되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사회적으로 배제되기 마련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공론화되고 논의되어 많은 목소리를 포용하라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21세기는 인권의 시대라고들 한다. 여기서 인권이란 다수의 인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배제되었던 소수자의 인권을 말한다. 20세기의 역사는 다수자의 인권이 확장되어온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 사회는 새로운 인권을 요구한다.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까지도 고려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곧 제19대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다. 21세기의 지도자로서 새 대통령은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수자의 인권을 고민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소수자의 인권을 고민하는 대통령인지 여부는 공약 실천에 달렸다. 새 대통령은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더 이상 눈치 보지 말고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행보를 꿋꿋이 이어감으로써 소수자의 인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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