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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만원장님 에이블뉴스 기사] 제28회 장애인의날 특별기회 자담회2 - 주거권문제 핵심은 시설 개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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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강동현 작성일2008-09-02 16:40 조회13,7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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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생활 > 자립생활
주거권문제 핵심은 시설 개량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잘 살 수 있는 방안이 중심돼야
일반적 주거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주거시설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4-24 18:04:27

■제28회 장애인의 날 특별기획 좌담회②

주거권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자,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완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시설 지원에 집중돼 있는 정책 환경 속에서 장애인 주거지원 정책은 전무한 수준이며, 그동안 장애인계 내부에서조차 주거권의 문제가 이슈화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아래 에이블뉴스에서는 제28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주거권’을 주제로 기획특집을 구성했다. 지난 7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장애인 주거정책에 관한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보기 위한 특별 좌담을 진행했다. 다섯 차례에 걸쳐 좌담회 내용을 싣는다.

■진행: 백종환 에이블뉴스 편집국장(사회), 주원희 기자(정리), 소장섭 기자(사진)

■토론: 김용득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임성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이상호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박찬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소장. ⓒ에이블뉴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소장. ⓒ에이블뉴스이미지 자세히보기
백종환: 자립생활 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에서는 탈 시설화를 요구하고 있다. IL에서도 장애인자립생활의 가장 큰 난제가 주거문제인 듯 싶은데 나름대로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가?

박찬오: 탈 시설이라는 말이 있는데, 장애인당사자 입장에서는 탈 시설보다는 시설자체를 반대하는 ‘반 시설’이 맞다고 본다. 물론 장애인당사자임에도 이에 대해 공감을 못하고 시설에 들어가겠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시설을 원해서라기보다는 부모님은 나이가 많고, 산 목숨을 끊을 수도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대안으로 시설을 택하는 것이다.

앞서 김용득 교수님과 임성만 회장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지만, 나는 근본적인 입장은 달리한다. 두 분께서 내놓은 개선방안은 시설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시설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어떻게 하면 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선택권을 높일까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을 소형화시키고, 지역사회 안에 위치시키고, 선택권을 보장하고 하는 등의 시설의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방안보다는 장애인들이 시설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지향하고 고민해야한다. 즉, 시설을 개량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겠지만, 시설에 들어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주거권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자립생활운동 초기에 시설에서 살기를 거부한 장애인과 시설 내에서 거주하되 자기결정권과 자율권 보장을 요구한 그룹이 있었다. 얼마 전 일본 연수를 갔을 때 동경도에 위치한 ‘희노원’이라는 시설을 방문했다. 이 시설은 내부적으로 장애인 권익조항이 있어서 직원의 행동요령 등이 매뉴얼로 만들어져 있고, 장애인들은 독방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사생활도 보장된다. 시설 측에서는 장애인의 권익과 자기결정권이 잘 보장되는 곳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그 시설에서 한 장애인을 만나 사적으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초기에 IL(자립생활, Independent Living) 운동을 했다가 시설에 남겠다는 결정을 했던 사람이다. 그가 시설을 택한 이유는 자립생활을 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결정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시설 내에 독방도 있고, 식사도 여러 가지 중에 선택해 먹을 수 있는 등 권리가 잘 보장되는 시설에서 살고 있지만, 나이가 쉰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결혼도 못했고 직업도 없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가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결국 시설이 아무리 좋아진다 해도 시설에서는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누리는 것이 완전히 보장되기 어렵다고 본다. 인간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하는데, 시설에서는 성장의 기회를 보장받기가 어렵다. 어쩌면 원천적으로 봉쇄됐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시설이 초기에 장애인들이 문제제기했던 ‘프라이버시 및 선택권 보장’, ‘인권침해 차단’, ‘외출의 자유’ 등의 문제를 원만히 잘 해결했음에도 장애인들이 행복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성장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육군사관학교나 민족사관학교 등도 시설처럼 자유가 없지만, 그곳에서는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성장의 통로이기 때문에 자유의 제한이 허용된다. 하지만 생활시설은 다르다. 아무리 호텔처럼 멋지게 지어져도 그 속에는 성장이 없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반 시설을 주장하는 것이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장애인당사자들이 시설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학습화된 것이 아닐까. 장애인들이 시설 입소를 원하는 것은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재정적·심리적 이유로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장애인부모들이 ‘나 죽으면 시설로 들어가라’고 말하는 것도 자신들이 죽고 난 후 장애인자녀의 안위가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만나면 시설 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여겨지고,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자연스레 ‘장애인이니까 시설에서 살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학습되게 된다. 결국 현실의 암울함과 부모들의 염려가 쌓여 시설입소를 원하는 장애인들이 많다는 통계결과가 나오고, 아직도 시설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자립생활 운동을 하는 세력들은 ‘그룹홈도 시설’이라고 말한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활동보조나 연금제도 등 사회적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에서 독자적으로 살 수 있도록 주거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에는 수급자가 되면 월세지원이라는 가산제도가 있어 개인당 6만엔 정도가 지급된다.

이러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갖춰지면 장애인들이 시설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시설의 문제를 논할 때,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 되어야지, 시설을 세련되게 개량하고 소형화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주거의 문제를 시설 개량에 국한시키지 말고, 보편적인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임성만 회장. ⓒ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임성만 회장. ⓒ에이블뉴스이미지 자세히보기
임성만: 거주서비스의 기능 및 구조 혁신방안을 제시한 것이나, 시설협회가 추진하려고 하는 것이 기존 시설의 구조를 개편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의 지향점은 보통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의 개념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이 사안에 대해 공청회를 진행했는데, 이 지향점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도리어 긴장감을 갖고 있는 것은 지난 50여년 동안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대규모시설들의 미래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무엇은 좋고 무엇은 나쁘다는 것은 굉장히 저급한 시각이라고 본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시대적 상황의 여건과 가치에 의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가 장애인 서비스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을 때, 독지가들이 응급적인 수용시설들을 만들어서 장애인들을 돌보기 시작했고, 80년대에 들어서서야 장애인복지법이 만들어지고 법체계 속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현재와 같은 지원체계가 갖춰진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시설들은 그 이전부터 운영돼왔고, 현재도 300여개의 생활시설들이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다. 때문에 이념적인 흐름은 멀리 잡더라도, 현재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대안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주거서비스 기능혁신 방안’은 2가지 축에서 다뤄지고 있다. 하나의 축은 시설보호의 개념보다는 단순한 주거기능을 보편적으로 확장시켜 나가자는 것이고, 또 하나의 축은 이미 대규모화 되어진 기존 시설들의 문제를 지역통합적인 측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효과적인 유인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앞서 외국의 사례들을 여러분이 언급하셨지만, 선진사회에도 대형시설이 있다. 지지난해에 일본 오사카에 가봤더니 그곳에도 금강콜로니라는 대형시설이 있었다. 예전에는 4,000명이 생활했는데, 현재는 400여 명이 살고 있다. 오히려 오사카시에서 난감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주거의 형태를 찾아준다고 해도 기존 생활자들이 나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시설에서 살아오신 연로한 장애인분들이 남은 인생을 그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설 측에서는 그 분들이 살아계시는 동안은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무엇은 좋고 무엇은 나쁘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

시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한다고 본다. 신규 사업으로 주거공간을 확대할 때는 일반적 주거의 개념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존의 시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또 시설의 문제라고 해서 함부로 막 얘기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물론 시설이 대규모이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 시설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적 문제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일반적 주거의 개념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지원방안으로 주거시설도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장애인이 주거를 획득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내 돈으로 내가 집을 사거나 임대하는 경우, 두 번째는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이 권리로서 도움을 받아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경우, 세 번째는 생활시설을 통해 주거를 획득하는 경우다. 또 필요에 따라서는 ‘긴급 구호’ 같은 방식의 피난시설도 필요하다.

주거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는 원 가정에서 실질적으로 케어 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가 자립생활을 얘기하다보면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는 항상 빠져있다. 행동장애나 정서장애가 구체적으로 중복돼 있어 원 가정에서의 보호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즉 주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주거와 서비스가 같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의미다. 의료적인 지원이 수반돼야 하는 사람도 있고, 일상적인 도움이 전반적으로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때 ‘서비스의 통제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 때문에 권력 문제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은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상주하면서 서비스를 받느냐, 통원을 하며 서비스를 받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서비스의 선택권에 대한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재정의 흐름방식을 바꾸는 측면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주거지원을 위한 사업과 낮 시간에 활동과 참여를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을 분리해서 지원한다면 현재 생활시설의 개념과 역할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단순히 시설을 개조하고 바꾸는 것은 우리의 계획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성공회대 김용득 교수. ⓒ에이블뉴스
▲성공회대 김용득 교수. ⓒ에이블뉴스이미지 자세히보기
이상호: 그렇다면 현재 구상하시는 개혁방안에 따르면 주거시설의 키는 누가 가지게 되는 것인가?

김용득: 주거시설의 시스템을 어떻게 작동해야 생활인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갖고 있는 숙제 중 하나다. 외국의 예를 자꾸 들게 되는데, 주거시설이라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가의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실생활을 스케치해둔 에세이를 살펴보면, 집 열쇠는 장애인들이 갖고 있다. 만약 5명이 살면 키가 5명 모두에게 있다. 장애인이 키를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다소 불안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상황에 맞게 키 소유권을 타인에게 대리시킬 수도 있다. 거주공간 자체는 시의 소유이지만, 점유는 생활인들에게 일정기간 보장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사는 사람과 도와주는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되느냐? 도와주는 사람들은 시공무원 입회하에 본인들이 선발할 수 있다. 이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필요로 할 때 적절한 도움을 주게 된다. 가정도우미와 유사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서비스 설계는 시에 소속된 사회복지사들이 도와준다. 사회복지사들이 이들의 집에 방문할 때는 미리 약속을 잡고 방문해야 한다.

사실 주거시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결국 최종적인 목표는 장애인에게 적합한 주거공간을 제공해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대안적인 공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시스템을 잘 갖춰 원래의 집에서 살도록 하는 방안과 아주 옛날의 방식대로 시설에서 거주하도록 하는 방안을 양 축으로 놓고 볼 때, 이 둘의 간격이 너무 크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이 둘 중 어느 하나로 교통정리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대안도 만들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결국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먼 미래의 지향점은 굉장히 명확하게 세워놓고, 그 길로 가기 위한 방법적 대안을 찾는 것이다. 분리되어 있는 시설보호와 자립생활이라는 두 축을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숙제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주택임대제도를 굉장히 활성화시키고, 그 주택에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아이엘(IL)이 추구하는 방식과 유사할 것이다. 이 때 장애인재택지원센터를 만들어, 아파트 20~30채를 대상으로 개별적인 콜에 의해서 활동보조서비스나 가사지원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주거지원의 그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의 에러가 생기는 이유는 시설이라는 단어가 주는 단정성 때문인 듯싶다. 시설이라고 하면 대형을 연상하게 하고, 대형은 몰개성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한 쪽에서는 조금씩 바꿔도 시설은 시설일 뿐이라고 평가하고, 한 쪽에서는 우리가 시설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과거의 전형적인 시설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대체용어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면에서 보면, 목표하는 바와 구체적으로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수단)은 연결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옵션은 굉장히 다양할 수 있다. 다만 다양한 옵션은 지금부터 출발해야 하고, 자립생활과 지역사회통합이라는 목표가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리/주원희 기자 ( jwh@able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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