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사람과 나의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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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수진 작성일16-10-31 15:03 조회18,53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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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사람과 나의 길동무'
이하늘(충북대학교)
‘8월은 역시 여름이구나.’라고 느꼈던, 8월의 어느 여름날. 내려쬐는 햇빛에 덩달아 뜨거워진 공기를 들이마시며 같이 땀을 흘린 그 시간을 잊을 수 없다. 나는 그날의 시간을 통해 나의 시인과 나의 사람과 나의 길동무를 만났다.
나의 봉사는 말동무를 해주며 그다지 높지 않은 산으로 산책을 가는 일이었다. 나는 이미 땀으로 가득 차 미끄러워진 손을 행여나 놓칠세라 더 꽉 잡으며 이름을 묻고 내 이름을 말하고, 나이를 묻고 내 나이를 말하는 간단한 대화를 이어갔다. 같이 손을 잡고 길을 걷는 이 시간의 계절을 잊지 않았으면 하여 ‘여름’이라는 단어를 계속 반복했음에도 기억하지 못하시는 분이셨지만, 내 이름 ‘하늘’만은 기억해서 대답해주시는 분이었다. 그분은 단지, 내 이름을 부름으로써 나를 ‘꽃’이 되게 만드신 ‘시인’이었다.
길을 걸으며 나눈 대화를 통해 난 나의 시인과 내가 같은 인간임을 알았다. 어쩌면 시인이 되어버린 지금, 그분은 나보다 더 특별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의 시인의 특별함은 적어도 이 세상 속에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해 달라고 세상을 향해 울부짖으면서 진정으로 인정해야할 다양성 앞에서는 모두들 바보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性)도 인간의 한 부분으로 인정되는 이 시대에 ‘장애’ 또한 인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의 시인을 우리와 다르다고 볼 수 있을까? 세상 모든 사람들 중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나의 시인도 특별한 것이고 세상 사람들 중 사람이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나의 시인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나의 사람과 나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하다 생각하는 우리의 공통된 꿈들 (사랑, 결혼, 일, 독립, 효도 등등)은 나의 사람의 꿈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을 ‘일반인’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의 꿈이 더 거창할 것이라는 오만과 나의 사람은 꿈을 꾸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의 가면을 벗는 순간, 오히려 느껴보지 못한 그들의 따뜻한 꿈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는 같은 인생에서 똑같은 빠르기의 세월을 헌납하는 존재인 것이다. 나의 사람은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목적지를 바라보고 같이 도우며 살아야 하는, 우리의 길동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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