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장애를 갖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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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민 작성일16-08-13 22:45 조회29,279회 댓글4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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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장애를 갖고 있을까요?
이승현(주임, 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터)
“장애인은 왜 장애인일까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 인권교육에서 제가 종종 던지는 질문입니다. ‘장애인이 왜 장애인이냐고?’ 다소 뜬금없는 질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에는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당하는 차별과 억압의 근본적인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이 질문을 받는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신체 일부나 감각의 일부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지적 능력이 보통 사람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불편한 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라는 식의 장애인이 갖고 있는 장애특성을 말하곤 합니다. 그러면 이 대답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뭔가 이상하다는 점은 느끼지 못하시나요? 이 질문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장애인이 갖고 있는 신체적, 감각적, 정신적인 문제가 바로 장애인이 된 이유라는 것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정의만 내린다면 장애인의 장애를 오직 개인의 탓으로만 여기기 쉽습니다. ‘네가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인 것이고, 네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이죠.
자, 그럼 여기서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장애인은 우리 사회에서 왜 장애인이 되었을까요?”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어도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제약을 받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장애인일까요? 휠체어를 이용하더라도 비장애인이 갈 수 있는 모든 장소에 갈 수 있고,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국가적 지원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또 질문을 하겠습니다.
“장애인의 장애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장애일까요? 아니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장애일까요?”
신 체적·정신적 장애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장애 때문에 우리 사회가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장애인’으로 규정해 놓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장애인복지법 상 시각장애인으로 인정되는 최하 기준은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입니다. 그러므로 나쁜 눈의 시력이 0.03인 사람은 장애인이 아닙니다. 지적장애인은 ‘지능지수 70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능지수 71인 사람은 장애인이 아닙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시력 0.02인 사람이 느끼는 불편과 시력 0.03인 사람이 느끼는 불편의 차이는 뭐가 있을까요? 지능지수 70과 71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물론 장애인을 판정하는 기준은 위의 기준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준’이라는 것은 누가 정했으며, 왜, 어떻게 정했을까요?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비슷한 다수의 집단이 만들어 놓은 사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장애인이고, 그 환경에 적응하면 장애인이 아닙니다. 그 장애인의 기준도 다수의 편의에 따라 다수가 정해 놓고 장애인이면 장애인이라고 차별합니다. 이와 같이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요?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복지와 사회활동 참여증진을 통하여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을 끌어당겨서 지금의 사회에 통합시키는 것보다,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더 빠른 길이 아닐까요? 여러 사람이 휠체어를 들어서 턱을 넘는 것보다 그 턱을 없애 버리는 것이 더 빠른 길이며, 모두가 편한 길이 아닐까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개개인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이 갖고 있는‘장애’를 먼저 보기 때문입니다. 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지어서 차이를 두는 것일까요? 바로 그 차이 때문에 차별이 생기는 겁니다.
장애인의‘장애’를 보지 말고‘인’을 먼저 바라보세요. 사회가 안고 있는 그 수많은‘장애’때문에 많은 사람이 장애인으로 낙인찍힌 채 불편을 겪으며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번쯤 생각을 해보세요. 다시 물어보겠습니다.
"장애인은 왜 장애인일까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승현 주임님은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에서 상담 및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시며, 장애인 인권 신장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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