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 생겨서 좋아요!! (1995.4.3. / 부천시민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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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이선미 작성일2006-02-08 10:22 조회6,924회 댓글0건본문
□ 1995. 4. 3 / 부천시민신문 제181호
우리집이 생겨 좋아요
- 춘의 임대아파트 ‘장애인공동가정’을 찾아서 -
“장봉혜림원에서만 살다가 우리들만의 집이 생기니 참 좋아요. 슈퍼 아저씨, 약국 아저씨, 과일가게 아줌마, 옆집 할머니, 아래층 아주머니…. 좋은 이웃이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태형이네 집’에 사는 이성진씨의 편지 중에서>
춘의 임대아파트 101동 908호와 1013호는 지난 1월 13일 조준용(36)씨를 비롯한 7명의 남자들이 아리따운 처녀 선생님 한 분과 함께 삶을 꾸리게 된 새로운 보금자리다.
장애인 5~6면이 일반주택에서 한 세대를 이뤄 공동가정생활을 하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춘의동의 공동생활가정은 지난 93년 말부터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장봉도의 혜림재활원에서 꾸준한 준비를 통해 추진해온 결과로 얻어낸 소중한 결실이다.
“처음에는 사실 모든 것이 걱정스러웠어요. 지역생활의 모든 생소한 것들을 우리 친구들이 잘 감당할 수 있을지…. 하지만 지금은 모두 잘 적응해 나가는 편이고 오히려 이렇게 지내는 것에 대해 무척 즐거워하고 있어요.”
상주직원 김정순(28)씨도 이제는 이곳의 가족들과 사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단다.
‘908호 태형이네 집과 1013호 세현이네 집’. 908호의 세대주는 현재 조준용씨이지만 ‘태형이네 집’으로 불리게 된 데는 슬픈 사연이 있다.
‘태형이’는 장봉혜림원에서 오랜동안 생활해왔던 원생이었는데,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의 가족들이 교통사고 보상금을 장봉혜림원에 성금으로 기증을 했고, 그 기금에 의해 이 공동가정이 설치되었는데, 그때부터 908호는 ‘태형이의 집’으로 불리게 됐던 것이다.
동생들에게는 잔소리꾼이지만 가장 의젓한 맏형 준용씨, 꼼꼼한 살림꾼 종관씨,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 판우씨, 말은 없지만 매사에 적극적인 성호씨, 노래를 기막히게 잘 부르는 창의씨, 달변가(?)성진씨, 심부름을 잘 하는 텔레비전광 동원씨 등 제각기 개성이 강한 청년들이 함께 모여 살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만은 다른 가정 못지 않게 크다.
집안일 할 때가 가장 즐겁다는 준용씨의 또 하나의 바람은 일자리를 얻는 것.
상주직원인 김정순씨는 “주변에 공장들이 많은데도 사용자들의 이해가 부족해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반인들이 장애인들을 꺼려하고 있는 것을 한편 이해되기도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부닥치면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한다.
요즘 태형이네 집과 세현이네 집에서는 정기적으로 방문해 이들의 친구가 돼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기다리고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은 태형이네 집(655-5231)으로 연락하면 된다.
“지금까지 장애인들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만 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은 우리가 먼저 이웃에게 다가서는 친근한 이웃이 되는 것입니다.”
김씨를 비롯한 태형이네, 세현이네 가족들의 작은 바람이다.
-박 진 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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