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인의 꿈 키웠는데.. 섬마을 장애인일터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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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이수진 작성일2017-11-10 21:18 조회84,407회 댓글1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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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의 유일한 장애인 직업재활훈련시설인 ‘장봉혜림직업재활시설’에서 직업훈련교사로 일하는 유식규씨는 요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애인들의 일터인 직업재활시설이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장봉혜림직업재활시설은 같은 법인 소속의 장봉혜림원·요양원에서 입소해 생활하는 지적 장애인 30여명이 직업 교육을 받는 곳이다.
2007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직업재활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내년 말이면 폐쇄해야 한다.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는 ‘장애인 거주시설과 동일한 법인이 운영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재가 장애인 비율이 50% 이상 유지돼야 한다’고 나와 있다. 1999년 장봉혜림직업재활시설이 문을 열 당시에는 없던 규정이다.
유씨는 “이곳에서 직업 교육을 받는 장애인 모두 장봉혜림원·요양원에서 살고 있다”며 “장애인들이 인천 도심에서 배편을 이용해 장봉도까지 출퇴근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내년 말까지 유예기간을 뒀지만, 이곳은 재가 장애인 비율 50%를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농인의 꿈을 키운 이곳 장애인들은 시설이 폐지되면 직장을 잃게 된다. 이곳에서 교육받는 장애인들은 영농과 향초 만들기를 하며, 급여를 받고 있다. 1만2000여㎡ 규모 영농사업장에서 생산한 감자, 호박, 고구마를 판매한 수익금 등 5000여만원이 이들의 급여로 쓰인다. 급여는 1인당 월 15만~55만원 가량이다. 유씨의 대학 동문들인 인천방송통신대 농학과 학생회 등이 매년 유기농 퇴비 만들기와 수확 등을 돕는다. 임종학 장봉혜림직업재활시설 원장은 “18년 동안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로 일군 일터가 사라질 위기”라며 “일반 작업장에 취업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현실과 섬마을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보건복지부에 섬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예외 조항을 신설해 달라고 건의한 상태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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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18048.html#csidxf0c5b94086708a29e1123185af520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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