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생각났던 장봉 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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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정우 작성일24-10-03 11:27 조회14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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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생각났던 장봉 밤바다...
한양대학교 키비탄 회장 41기 박정우
우리 동이리는 지난 8월 14일부터 16일, 2박 3일동안 장봉 혜림원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저 개인으로는 작년에 이은 두 번째 혜림원 방문이었지만, 작년에는 직접적으로 이용자분들과 대면하여 봉사하지는 못했기에 다소 아쉬움이 있어서 이번 하계 봉사가 더 기대되었습니다.
첫날 원장님과 팀장님께 간단한 혜림원에 대한 소개와 봉사 시 예절에 대해 간단히 들은 뒤에 각 가정으로 흩어져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무지개 102호에서 봉사를 했고, 첫날은 티타임을 가지며 이용자분들과 간단히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고, 둘째 날에는 혜림원 밖으로 외출하여 카페에 갔습니다.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먹었는데, 이용자분들이 커피를 정말 좋아하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셋째 날에는 오전에 시설 내 잡초제거를 하였는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원들 모두 불만 없이 열심히 임해주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마무리하며, 봉사활동 첫날 원장님께서 혜림원의 역사를 이야기해주시면서 저희에게 이번 봉사활동 기간 동안 "왜 혜림원은 섬, 게다가 섬에서도 산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저희 자신에게 던져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며 생각해보니,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우리 사회가 과거에 이들로부터 도망쳤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이죠. 말 그대로, 우리 사회는 과거 '효율성'을 핑계로 이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편입시키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까?"라는 문제에 대해서 답을 내리고 고민하는 어려운 길보다 문제를 외면하는 쉬운 길을 택한 것입니다.
우리가 지난주 혜림원에서 했던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한 일은 그저 '평범한'일이었습니다. 함께 외출하고, 간식을 먹고, 집 근처를 청소하는 그런 평범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일상적인 일을 함께하며, 이들이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더우면 시원한 걸 먹고 싶고, 커피를 좋아하고, 낯선 사람이 오면 반가운 동시에 불안해하기도 하는, 우리와 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이 활동은 평범하지만 의미 있습니다. 도움을 주기 위해 왔던 저는 오히려 배움을 얻고 갑니다. 우리가 잊고 있던 당연한 명제의 재확인뿐만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의 중요성을 이번 하계 봉사에 참여한 모두가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후기를 작성하며 제게 떠오른 한 문구가 있습니다. 제가 정말 인상 깊게 본 영화의 한 줄 평이었는데, 그 문구를 인용하며 이 후기를 마칩니다. “부디 우리가 도망쳐온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기를.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부박함도 시간이 용서하기를. 결국, 우리가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삶의 뒷모습도 많이 누추하지 않기를.” (이동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한줄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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