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청년 이륭 씨의 잇플릭스 모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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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수진 작성일20-02-17 17:42 조회2,56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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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청년 이륭 씨의 잇플릭스 모임 이야기
이효진(혜림원체험홈1호)
[12월 1일, 잇플릭스를 알다]
이륭 씨와 마트에 다녀오던 중 체험홈 인근 ‘서점 잇다’에서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영화모임 잇플릭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잇플릭스는 스크린으로 함께 영화를 보며 주말 저녁, 좋은 취미 생활을 나눌 친구가 필요한 모든 분 들을 환영한다는 문구에 이륭씨에게 참여의사를 물었습니다.
“이륭 씨, 영화 좋아하시잖아요. 우리 같이 영화 모임 참여해볼까요?”
“좋아요. 영화 본다.”
그렇게 이륭씨의 잇플릭스 모임 참여가 시작되었습니다.
[12월 14일, 잇플릭스 첫 모임]
모임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부터 이륭씨는 목욕을 하고, 새로 세탁한 옷으로 갈아입고 현관문 앞에 앉아있습니다. 설레는 발걸음으로 도착한 서점에는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모임원들이 있었고 우리는 함께 모여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3시간의 꽤나 긴 영화였지만 이륭씨는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영화 관람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영화 관람이 끝난 후 모임원들이 함께 모여 피자를 먹으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륭씨는 “내 이름은 이륭입니다. 노틀담 베이커리에서 빵 만들어요”라고 자기소개를 했고, 모임원들 모두 이륭씨에게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12월 28일, 잇플릭스 두 번째 모임]
영화 모임 시작 전 모임원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오늘 볼 영화를 익명투표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륭씨는 언터쳐블, 1%의 우정을 적어 올렸고 투표에서 이륭씨는 4표를 얻었습니다. 영화모임 시작 전 서로 투표에 올렸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륭씨가 언터쳐블 1%의 우정을 올렸다고 하자 모임원들은 한 번쯤 보고 싶었던 영화라며 근소한 차이로 떨어졌다며 아쉽다고 했습니다.
[1월 11일, 잇플릭스 세 번째 모임]
이륭씨는 익숙한 듯 서점에 도착해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 배치도를 보고 자리에 앉습니다. “2020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이야기하며 이제는 제법 낯익은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세 번째 모임이 끝난 후 서점 사장님께 도착한 메시지]
마지막 모임 날짜를 외치며, 다시 만나자고 하는 이륭님을 보면서 함께 모임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밝은 얼굴로 점점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는 이륭님에게 이곳이 즐거운 곳인가 보다는 안심도 들었어요.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아직 제대로 대화를 건네 보지 못한 분들도 많을 거란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다음 모임에는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친근해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큽니다.
3회의 모임을 갖게 되면서 동네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지낼 수 있는 모임이 지금보다 더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하면 마냥 즐겁고 우리와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맑은 청년일 뿐인데 우리 주변에 있는 발달장애인을 모르고 살았던 듯했거든요.
이륭님과 함께한 잇플릭스 모임을 통해 발달장애인으로서 겪는 어려움, 그리고 주민들이 낯설어 느끼는 불편함이 아주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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