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파보니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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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미정 작성일20-11-23 10:46 조회1,76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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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파보니 알겠어요”
혜림원 생활지원팀장 이나라
“팀장님 기왕 씨가 쓰러지셔서 지금 병원 응급실에 와 있어요. 상황이 매우 많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년 겨울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 체험홈에서 생활했던 기왕 씨가 원으로 돌아오시기 1주일 전 받은 연락이었습니다.
비만으로 살은 빼야 한다고 늘 이야기했었지만 특별하게 아픈 곳이 없었던 기왕 씨이기에 쓰러졌다는 소식은 저에겐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응급실로 갔다는 소식과 함께 기왕 씨의 과거 아팠던 경험, 현재 먹고 있는 복용약, 어머니에게 상황설명 등 여러 가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여러 검사를 진행한 결과 최종 나왔던 병명은 당뇨였습니다. 상황을 확인해보니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먹는 음식량은 그대로인데, 활동량은 줄어들며 살은 찌고, 혈당이 급격히 늘어나 증상이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일반병실에 한 달가량 입원했고, 퇴원 후 안정될 때까지는 집에서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의견에 따라 원가정에서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가정에서 어머니의 극진한 정성으로 흰 쌀밥을 잡곡밥으로 바꾸고, 삼겹살 대신 비계가 없는 고기를 삶아 먹고, 그렇게 좋아하던 라면도 끊을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살을 빼는 것이 필수였기에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집 주변, 계단으로 함께 운동을 다니셨습니다. 그 결과 기왕 씨는 20kg 이상 체중감량을 하셨고, 당뇨도 안정적인 수치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건강해져서 다시 원으로 돌아온 기왕 씨에게 어땠는지, 어디가 아팠는지 물으니 가장 먼저 했던 이야기는 “내가 아파보니 알겠어요, 직원 말 안 듣고 라면 먹고 치킨 먹어서 몸이 아팠어요.” 였습니다.
“몸이 약간 이상해서 직원한테 말해서 병원을 갔고, 병원에 갔는데 내가 몸을 못 움직여서... 하마터면 죽을 뻔 했어요. 의사선생님이 동생에게 강기왕 씨는 이제 오래 못 살 것 같다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어떻게든 살고 싶었어요. 4일 동안 잠만 잤어요”
다행히 이제는 건강을 회복해 무사히 저희 곁으로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기왕 씨는 당뇨병의 무서움, 건강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고, 저희 직원들은 혼자 사는 자립도 좋지만,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내가 아파보니 알겠다는 기왕 씨,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라면 좋아하지 마세요. 제 말 안 들으면 라면 실컷 먹고 한번 아파보세요. 자기가 아파보면 알 거에요” 누구보다 건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기왕 씨의 마지막 이야기였습니다. 앞으로도 라면이 먹고 싶지만 꾹 참겠다는, 요즘도 아침저녁으로 매일 뱃터를 걸어 다니시며 건강을 지키겠다는 기왕 씨, 혜림원에서 건강 전도사로의 역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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