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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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민 작성일15-09-14 21:30 조회3,0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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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줘!?”
김현 (요양원생활지원팀 팀장)
우리 혜림원 이용자들에게 개인 통장이 만들어진 것은, 대략 2004년~2005년 경입니다.
그즈음 직원들은 현실적인 목적으로 이용자 한 사람이 한 달에 5~10만원 정도 쓸 수 있는 용돈을 마련해드리기 위해서 이용자들에게 결연후원자들을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은 지역사회에 나가서 그 돈을 ‘이용자 자신’이 ‘쓸 수 있게’ 지원해 드리는 일을 중요하게 실천했습니다.
아직도 은행 통장과 자신의 지갑에 들어 있는 천원, 만원을 연결하지 못하는 분도 있지만, 10여 년 동안 은행에서 돈을 찾거나, 돈을 바꾸는 경험을 누적해오면서 은행, 천원, 오백원, 백원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돈을 대하는 다른 맥락이 존재하고, 고유한 특성을 가집니다.
우리의 오00씨는 할 수 있는 말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마음에 들면 언니, 오빠, 그저 그러면 아저씨, 아부지, 마음에 안들면 할아버지로 표현하십니다.
물론 정말 마음에 안들면 시원하게 욕도 하시지만요.
정말 마음에 들면 이쁘다라고 표현하십니다.
그리고 돈에 관련해서는 그간 어떤 요청이나 표현이 없었습니다.
그분의 삶에서 돈은 일상적이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고,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10여 년을 “자 여기에 오00씨 돈이 있어요. 이것을 가지고 나가서 먹고 싶은 밥도 먹고, 가지고 싶은 물건도 사실 수 있어요.”라고 설명을 하고, 행동을 하고, 같이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저 기분 좋은 일이고, 못 알아들을 일들이었을 뿐입니다.
설명하면 ‘그래, 이놈아’정도가 그분의 대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곤 방문자들을 환영하며 ‘아하, 예쁘다, 예뻐’해주는데 그분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러던 올해 어느 날,
‘돈 줘!’라고 우리의 오00씨가 말하셨습니다.
평생 그런 말은 안 하시다가, 한 마디 하신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분의 호주머니에 백원, 오백원, 천원짜리가 짤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분은 그것을 가지고 커피자판기에 가셔서 커피를 뽑아 드십니다.
더 이상 누가 커피를 마실 때 옆에서 동경의 눈으로 부럽게 바라보거나, 안마시고 싶은 것처럼 딴소리하며 커피자판기 주변을 왔다 갔다 하지도 않습니다.
이제 그분이 천원짜리를 저희 앞에서 흔드는 것은 자판기가 돈을 받지 않아 정리를 해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백원이나 천원짜리를 넣고, 잔돈이 떨어지는 것도 얼추 익히셔서, 몇 번에 한번만 가져오는 것을 잊습니다.
그리고 이백원이 남으면 이런저런 시도를 하시다가 자신의 금전관리를 위임한 지원자에게 가서 말하십니다.
‘돈 줘!’
그분의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들어 드린지 10년!!
말 그대로 10년 공부가 결과를 드러낸 것입니다
‘아하,, 얼마를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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