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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환과 빗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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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아람 작성일26-03-30 10:54 조회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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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환과 빗자루 / 홍용희

 

1월의 어느 날 새벽이었다. 종종걸음으로 출근해 바다빌라 201호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남환님이 눈 많이 왔어.” 하고 말했다. 금방이라도 잠바를 입고 나가 눈을 쓸 기세였다. “밥 먹고 쓸어요.”라고 하자 그는 알겠다고 답했다. 설거지를 할 때 모자에 목도리까지 두른 남환님이 갔다 올게.” 하고 말했다. 티타임이 지난 뒤 돌아온 그는 눈 다 쓸었어.” 하며 모자를 벗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배고파?” 하고 묻는 김남환님. 그런 남환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은 바로 빗자루다. 목장갑을 낀 그의 손에는 늘 빗자루가 들려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묵묵히 쓸고 또 쓴다. 봄에는 피었다 지는 꽃잎을 쓸고, 여름에는 강풍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쓴다. 가을에는 낙엽을 쓸고, 겨울이면 하얀 눈을 쓴다. 그뿐인가. 옹암해변 도로에 버려진 비닐도 쓴다.

 

마치 성자가 된 청소부처럼 빗자루질을 거듭하는 남환님한테는 칭찬과 함께 하소연도 따라온다. 하루는 야영장 분리수거장에서 일하는 욕쟁이식당 할머니가 볼멘소리를 했다. 남환님이 재활용 자루에 솔잎까지 쓸어담았다는 거였다! 어쩌랴. 남환님과 함께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사과하고, 다시는 솔잎을 자루에 담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요즘 혜림원에서는 남환님의 빗자루질 소리가 뜸하다. 그렇다고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니다. 나뭇잎은 이미 다 떨어졌고 날이 풀려 눈도 내리지 않으니 마땅히 쓸 것이 없어서이다. 머잖아 춘삼월 꽃들이 피었다 질 무렵이면, 다시 ~ ~” 빗자루질하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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